
어른이 되면 외국어 하나 쯤은 유창하게 하게될 줄 알았다.
특히 영어는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국어 실력도 노력 없이는 얻어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나는 영어를 할 수는 있다.
영어로 시험을 봐야 하는 미국회계사, 에이아이씨피에이(AICPA) 자격증을 취득했고,
외국계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은 가지고 있다.

외국계 회사에서의 업무는 영어 사용이 필수이지만,
대부분의 일은 메일과 문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파파고나 Chat GPT 등 다양한 번역 툴이 있어서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문제는 회의
회의시간만 되면 답답하다.
알아 듣기는 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영어로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
말을 하다가 말문이 막힐 때
머릿속이 새하얀 백지가 되는 느낌이 든다.
강력하게 의견을 어필해야 할 때도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무지 답답하다.

말하기 보다는 듣기에 자신이 있는 편이지만,
회의가 길어지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다.
나와 회의를 하는 상대방도 네이티브가 아닌 경우도 많이 있기에
상황은 더욱 힘들 때가 많다.

일대일 미팅인 경우에는 상대방의 말을 못알아 들으면
미안하지만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을 하면 되고,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
회의가 끝나고 이메일로 추가로 질문을 하거나
문서를 보고 내용을 파악하고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래도 외국계 회사에서 오래 일을 하려면 유창한 영어 실력은 필수인 것 같다.
특히 높은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취업시장이 경색되어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몇 년간 취업이 되지 않았다.
계속 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취업준비를 하는 동안 대학 졸업 후 집 근처 영어 학원에서 몇 년간 강사로 일을 했었다.
(그래도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덕분에 학원 일자리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문법과 독해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혼자서 꾸준히 공부하는 것은 어려운데
누군가를 가르치고자 하니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영어 실력을 기른 덕분에 나는 외국계 은행에 취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처럼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아서,
취업 후에도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입사해보니 나와 비슷한 또래 동료들은 모두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12년 해외에서 공부를 하다온 사람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영어에는 모두 자신감이 있었다.
나는 일도 배우기 어려운데 영어까지 발목을 잡으니 자신감도 없고 위축이 되었다.
다행히 일 년 후 국내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하게 되어서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생각해보면 외국계 은행을 퇴사할 때 다시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지 말아야지
다짐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그 결심도 무뎌졌고, 힘들었던 기억이 희미해질 쯤
나는 다시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다시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살고 있다.
얼마 전 홍진경의 공부왕찐천재 채널을 봤는데
홍진경의 딸 라엘이가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확실히 영어는 어릴 때 해야 하는구나 싶고
어릴 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부럽다고 내 상황이 변할 것은 없으니,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는 수 밖에는 없다.

영어 실력을 기르고자 요즘은 토플 공부를 하고 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아는 동생이
토플 공부가 영어 실력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기본단계라 그런지 재미는 있다.
토플 책을 다 떼고 나면 영어를 잘 하게 될까?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
이게 요즘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끊김없이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싶다.

정답은 꾸준히 연습하는 것 뿐이겠지..
꾸준함이 참 힘들다.
영어 스트레스가 없어질 날을 기대하며
이렇게 오늘도 작심삼일을 반복해 본다.
https://youtu.be/58-6UqJj7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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